2016년 9월 17일 토요일

이시대, 우리가 완전한 개인이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제 brunch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개인은 이래야 하니 저래야 하니 하는 이야기들, 초등학교 문턱을 밟은 첫날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떨리는 마음으로 대학교 첫 강의실을 들어선 그날에도, 지금도 듣고 있다.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내가 불편한 일도 없었고 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항상 큰 노력 없이 주변엔 사람이 모여있었고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였다.


어떻게 밥을 혼자 먹냐?


 스물이 넘어 혼자가 되어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건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 대학 친구 뭐 없다, 나중에 가면 지갈 길 간다고 다 바쁘다."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혼자가 되는 홍역은 나름 심하게 치렀다. 전화나 문자로는 나눌 수 없는 것들이 쌓여갔다. 한참을 앓다, 혼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차근차근 하나부터. 혼자 밥을 먹으러 다녔다. 간단한 햄버거에서 시작해서 조그마한 학교 앞 식당을 가기도 했다. 기다릴 때 어쩜 그렇게 손이 허전한지, 어디다 둬야 할지를 몰랐다. 눈은 또 왜 그렇게 심심한지, 뭐라도 좀 봐야겠는데 식당이라 딱히 볼 건 또 없었다. 그래서 책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고 밥을 먹을 때면 따뜻한 밥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용기가 났다. 혼자서 영화를 보고 싶어 졌고, 차츰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게 되어갔다.

 난 '혼자'라는 말을 쓰기를 그만두었다. '혼자'보다 더 나은 '개인'이 되고자 했다.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이 되고자 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채워야만 했다.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나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사진과 겉모습으로 만들어 오던 나 자신을 좀 더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곤 수첩에 적었다, 하나하나 해나가 보기로 했다. 확신할 수 없었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신중했다. 소설 같았던 첫 메모는 어느새 내 인생의 계획이 되어가고 있었다. 찾아오던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써내려 갔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더 이상 밖에서 화려한 모습이나 핸드폰 화면 속의 좋아요에 나 자신을 쏟아붓지 않게 된 게.

 나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주변 환경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나니 나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나의 힘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안되어 있었다. 고민하는 시간들은 멍하게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고전은 생각하는 법과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진짜 나만의 생각이 생겨났다.  내가 몰랐던 세상이 얼마나 많은지, 한편으론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을 쏟아왔는지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질러져 있던 방을 치우며 새로운 것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 부모님의 흔적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갔다.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 과정은 내 옆에 마냥 서있던 것들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완전한 개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

 우리는 완전한 앵무새가 아니었던가? 나의 한마디 한마디, 나의 옷차림, 나의 취향은 어찌그리 남들과 닮아있었는지 모른다. 나의 개성 있는 옷차림도 그저 남들보다 특이하게 입는 다른 사람들과 닮아있었을 뿐이다.
그저 그 위치에 잘 어울리기 위해 닮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멀어졌을 때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대신해 생각해줄 사람을 찾지 못했을 때 입을 닫았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지만 전혀 다르지 못했던 거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개인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눈치를 봐야 하고, 트렌드를 봐야 하고, 유명한 사람의 말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겁부터 먹는다. 더 이상 겁먹고 싶지 않았다. 당당하기 위해서 개인이 되어야 했다.

 이 글은 남이 아닌 '나'가 되겠다는 출사표다. 그리고 진짜 개성을 갖고 싶은 이들과 혼자 무언가 해내기 두려운 이들을 위한 공감글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