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9일 목요일

[가장 실전적인 무술은 무엇인가?]


 햇수로 약 2년전부터 브라질리언주짓수를 수련해왔는데요, 우연한기회에 페이스북 그룹 '전국 설명꾼 모여라' 에 격투기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생겨 적어본 글입니다.



이 글은 인간에게 가장 자극적인 주제중 하나인 '싸움'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무술은 무기술을 제외한 모든 맨손 격투술을 전제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5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스타는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였습니다. 분야불문 최고의 스타가 된것이지요. 한편 이러한 결과는 복싱 시장의 크기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UFC라는 종합격투기 무대가 가장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아직 세계무대에서 UFC의 성적은 복싱에 비하면 초라한 편입니다. 실질적으로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인 샘입니다.



이런 그가 논란이 될만한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복싱계에서 실패해서 넘어가는 선수들이 아닌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 한마디에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복싱의 강함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또 다른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복싱의 메이웨더가 링이 아닌 케이지 안에서도 최강자일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경기의 승패는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존재하므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케이지 속의 메이웨더는 대단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급은 차치하고서라도, 레슬링식 넘기기로부터 대비해야하고, 킥복싱의 하체킥, 무에타이의 팔꿈치나 무릎, 주짓수나 유도의 꺾기나 조르기 등 그가 겪어보지 못했을 수많은 생소한 무기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식된 실전성과 실질적인 실전성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레슬링은 두사람이 서로 끌어 안고 끙끙거리다가 뒤집고 넘기는 경기에 불과합니다. 전혀 실전적이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메이웨더가 레슬러의 얼굴에 원투를 수차례 적중시켰다 하더라도, 경기 마지막에 들어 던지기 한방에 기절해버린다면 수십년간 수련한 복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게다가 만약 바닥이 콘크리트 바닥이었다면 메이웨더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릅니다. 상황에 따라서 레슬링이 훨씬 실전적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복싱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가장 '실전적인' 무술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무기인, 꽉 움켜진 두 주먹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예수님 탄생이전 부터 발전해온 복싱은 오랜경험을 통해 군더더기 동작을 모두 제거해왔고, 근대에 들어서는 펜싱으로부터 가장 효율적인 스텝을 따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싱이라는 '단일종목'의 문제는 앞의 상황가정처럼 '겪어보지 못한 싸움판'에 처해졌을 경우 나타납니다. 반면 무에타이처럼 무술체계내에 상대의 목뒤나 몸통을 끌어 안고 넘어뜨리는 동작이 있는 경우라면 전술한 상황에서 복싱수련자 보다 훨씬 나은 대응을 보일것입니다. 무에타이는 복싱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에타이가 복싱과 다른점은 룰의 제한이 적다는 점입니다. 킥, 끌어안고 넘어뜨리기, 팔꿈치와 무릎 공격등이 모두 허용됩니다. 적어도 땅바닥으로 끌려가지만 않는다면 서서 싸우는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 대비가 되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일종목의 실전성은, '룰의 제한이 적을 수록' 높아집니다. 더 열린 룰에서 진화해온 무술일수록 실전성은 당연히 높습니다. 다양한 공격이 허용되는 룰은 그만큼 더 많은 상황에 대입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씨름하던 사람이 무에타이 하던 사람을 날려 보내버리더라, 복싱선수가 무에타이선수 발차기를 스텝으로 다 피해버리고 어퍼컷으로 보내버리더라 같은 카더라는 해당 무술의 강함이나 실전성의 근거로 보기에는 많은 논리적 공백이 있습니다. 싸운 두사람의 덩치차이, 해당 무술에 대한 숙련도차이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수를 통제하고 '진짜 어떤 무술이 제일 강한지 가려보자'라는 취지에서 나온것이 이종격투기 입니다. 초기 이종격투기의 경우, 그라운드룰이 없는 K-1등에서는 무에타이나 극진가라데, 킥복싱선수가, 그라운드룰까지 포함하는 경우에는 주짓수나 삼보 같이 '타격상황까지 가정하는' 그래플링 계열의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복싱, 무에타이 등의 타격 무술들은 땅바닥에서 싸우는 것에 대비가 안되어 있었을테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이종격투기가 '종합격투기'로 발전함에 따라 선수들은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쪽으로 다양한 무술을수련합니다. 무술의 스펙트럼을 넓힐수록 상황과 여건에 맞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실전적인 맨손격투술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 다면 전술한 이유로 단연코 MMA(종합격투기)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MMA가 모든 무술의 종합이라고 볼때, 단일종목 중 최강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다면 더 많은 상황을 가정한 무술이 가장 강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60억분의 1이라 불렸던 효도르가 사용하던 삼보나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주짓수의 '초기형태'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두 무술 모두 서서는 상대의 타격을 저지하고, 바닥으로 끌고가서까지 싸우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최강의 무기는 무엇인가? 정도의 선을 벗어 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격투술은 도구일뿐 그것을 실현하는 인간의 강함에 따라 그 정도는 대단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효도르가 쓰는 무술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효도르 처럼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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